AI 시대 전력망 혁신, HVDC(초고압직류송전)란? 왜 세계가 HVDC에 투자하는가

1. HVDC, 한 줄로 말하면 뭔가

우리 집에 들어오는 전기,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대부분 교류(AC, Alternating Current) 방식입니다. 전류의 방향이 1초에 60번씩 바뀌는 방식인데, 이 방식은 변압기로 전압을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100년 넘게 전 세계 전력망의 표준이 되어 왔습니다.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초고압직류송전)**는 이 교류 전기를 한 번 직류(DC, Direct Current)로 바꾼 뒤, 초고압 상태로 먼 거리까지 보내고, 목적지에서 다시 교류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왜 굳이 두 번이나 변환하는 번거로운 방식을 쓸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여기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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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교류 대신 직류인가 (원리)

교류와 직류의 차이를 지하철과 고속열차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교류는 여러 환승역을 거치며 노선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지하철과 같습니다. 변압기 하나로 전압을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어, 도시 곳곳에 촘촘하게 전기를 배분하기에 유리합니다. 다만 노선을 여러 번 갈아타는 과정에서 승객(전력)이 조금씩 빠져나가듯, 먼 거리를 이동할수록 전력 손실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직류는 환승 없이 목적지까지 곧장 달리는 고속열차와 같습니다. 한 번 출발하면 도중에 손실이 거의 없어 장거리 이동에 훨씬 효율적입니다. 문제는 예전에는 이 직류의 전압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 자체가 어려웠다는 겁니다. 그런데 전력반도체와 변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직류 상태에서도 초고압으로 전압을 바꿀 수 있게 됐고, 이게 바로 HVDC가 실용화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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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VDC가 꼭 필요한 3가지 상황

HVDC는 전체 송전망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실제로 전 세계 송전망의 95% 이상은 여전히 교류 방식입니다. HVDC는 교류로 처리하기 어려운 특정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투입됩니다.

① 800km 이상의 초장거리 송전: 거리가 멀어질수록 교류의 전력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데, HVDC는 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② 해저 케이블: 바닷속을 지나는 해저 송전선은 교류 방식일 경우 케이블 자체의 정전용량 때문에 손실이 심해집니다. 해상풍력 발전 단지에서 육지로 전기를 보낼 때 HVDC가 표준으로 쓰이는 이유입니다.

③ 서로 다른 주파수 체계를 연결할 때: 나라나 지역마다 전력망의 주파수(60Hz, 50Hz 등)가 다른 경우, 두 시스템을 직접 연결할 수 없습니다. HVDC는 한 번 직류로 바꿔주기 때문에, 이런 ‘비동기’ 전력망끼리도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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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I가 이 판을 흔든 진짜 이유

HVDC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2026년 들어 갑자기 이 기술에 전 세계가 몰릴까요. 답은 AI 데이터센터의 등장에 있습니다.

먼저 수요 자체가 폭증했습니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인데, 이는 일본이 1년 동안 쓰는 전력량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대형 발전 시설이 대부분 소음·환경 문제 때문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진다는 점입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처럼 인구가 밀집한 지역 인근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전기를 만드는 곳’과 ‘전기를 쓰는 곳’ 사이의 거리 문제가, HVDC 수요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된 겁니다.

여기에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AI 칩은 원래부터 직류(DC) 전력을 씁니다. 태양광과 배터리 역시 직류 기반으로 발전·저장됩니다. 그런데 기존 전력망은 교류로 되어 있어,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오는 동안 교류→직류→교류→직류로 여러 번 변환을 거치며 그때마다 에너지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전력이 2026년 7월 ‘K-DC 산업 확산’ 행사를 열고 초고압(HVDC)뿐 아니라 중전압(MVDC)·저전압(LVDC)까지 직류 기술의 적용 범위를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공장 내부 배전까지 넓히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발전부터 최종 소비까지 아예 교류를 거치지 않는 ‘엔드투엔드 DC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AI 시대에 가장 효율적인 방향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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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내 프로젝트 현황 – 11조 원 규모 서해안 사업

한국도 이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오랫동안 지연돼 온 송·배전망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한국전력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HVDC 신설, 대규모 변전소 구축, 그리고 서해안 620km 해저송전망을 포함한 이른바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서해안 HVDC 사업 규모만 약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두고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지중케이블·변환설비 분야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고, 대한전선은 최근 호주 최대 송전 전력청 트랜스그리드가 발주한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구축 턴키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대한전선은 여기에 더해 해저케이블 2공장 투자와 HVDC 테스트센터 구축, 포설선 확보까지 나서며 ‘밸류체인 내재화’ 전략을 밟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 역시 2026년 1분기 북미에서만 3조 1,500억 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올렸고, 2월에는 765kV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으로 7,870억 원 규모 수주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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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관련 기업 밸류체인 비교표

기업주요 사업 영역2026년 주요 동향
효성중공업초고압 변압기, HVDC 변환설비2026년 1분기 북미 3조 1,500억 원 수주, 765kV 초고압변압기 계약(7,870억 원)
대한전선초고압 케이블, 해저케이블, 턴키 EPC호주 AI데이터센터 전력망 턴키 수주, 해저케이블 2공장·HVDC 테스트센터 투자
LS전선(LS그룹)해저·지중케이블, 부스웨이서해안 HVDC 사업 유력 후보, AI 데이터센터용 부스웨이 매출 성장 전망
두산에너빌리티가스터빈, 원전 기자재AI 데이터센터 온사이트 발전(가스터빈 국산화) 수혜 기대
해외 경쟁사(Prysmian, Nexans, NKT)해저케이블 생산+포설+시공 수직통합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과점, 턴키 역량이 핵심 경쟁력

업계에서는 해저케이블 산업의 경쟁력이 예전처럼 ‘제조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생산부터 운송, 포설, 시공(EPC)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턴키 역량’이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단순 제조를 넘어 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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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Q

Q1. HVDC가 기존 교류 송전망을 완전히 대체하나요?
아닙니다. 전 세계 송전망의 95% 이상은 여전히 교류 방식이며, HVDC는 800km 이상 장거리, 해저, 비동기 전력망 연결처럼 교류로 처리하기 어려운 구간에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Q2. AI 데이터센터가 왜 HVDC 수요를 늘리나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 자체가 급증하는 데다, AI 칩과 재생에너지·배터리가 모두 직류(DC) 기반이라 교류를 거치지 않는 DC 전력망 구축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형 발전시설과 데이터센터 사이의 거리 문제도 HVDC 수요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Q3. 한국의 서해안 HVDC 사업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서해안을 따라 620km 규모의 해저송전망을 구축하는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으로, 전체 규모는 약 11조 원에 달합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돼 추진되고 있습니다.

Q4. 해저케이블 시장은 왜 소수 기업만 경쟁하나요?
해저케이블은 생산뿐 아니라 운송, 포설(설치), 시공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턴키’ 역량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Prysmian, 프랑스 Nexans, 덴마크 NKT 등 소수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고 있습니다.

Q5. MVDC, LVDC는 HVDC와 뭐가 다른가요?
전압 수준의 차이입니다. HVDC는 초고압 장거리 송전에, MVDC(중전압)·LVDC(저전압)는 산업단지나 공장, 데이터센터 내부처럼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의 배전에 활용됩니다. 한국전력은 이 세 가지 기술을 함께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6. 국내 기업들의 HVDC 관련 실적은 어떤가요?
2026년 들어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등이 북미·호주 등지에서 대형 수주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HVDC 프로젝트는 발주 규모가 크지만 수주 시점과 실적 반영에 변동성이 있어, 중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Q7. 미국은 왜 HVDC 투자를 늘리고 있나요?
미국 송전선의 70% 이상이 25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인 상태에서,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 수요까지 폭증하면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HVDC 구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요약

HVDC는 전 세계 전력망의 95%를 차지하는 교류 방식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AI 시대에 폭증하는 장거리·해저·DC 기반 전력 수요를 보완하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한국의 서해안 11조 원 규모 해저송전망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HVDC는 GPU·HBM 못지않게 AI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물리적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산업 동향을 정리한 정보 제공용 콘텐츠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자문이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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