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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은 말 그대로 출력을 300MWe 이하로 낮춘 작은 원자로입니다. 기존 대형 원전이 1,000~1,400MWe급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하 규모입니다.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대형 원전은 부지에서 수년에 걸쳐 거대한 구조물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면, SMR은 핵심 부품을 공장에서 표준화된 모듈로 미리 찍어낸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성당을 부지에서 몇 년씩 쌓아 올리던 방식에서, 공장에서 만든 조립식 가구를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과 비슷합니다. 이 덕분에 건설 기간이 3~5년으로 크게 줄고, 초기 투자 비용의 진입장벽도 낮아져 중견 전력회사나 빅테크 기업도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SMR이라는 개념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건 AI 시대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생성형 AI 검색 한 번이 기존 검색보다 최대 10배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AI 서비스는 압도적으로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합니다. (실제로 AI GPU 서버의 전력 소비가 얼마나 폭증했는지는 앞서 다룬 데이터센터·액체냉각 관련 글에서 자세히 짚었습니다.)
문제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입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기저 전력으로 쓰기엔 한계가 뚜렷합니다. 그렇다고 대형 원전을 새로 짓기엔 인허가와 건설에만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AI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이 틈새에서 “짧은 건설 기간 +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이라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SMR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겁니다.

SMR의 핵심 경쟁력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건설 기간: 대형 원전이 10년 이상 걸리는 데 비해, SMR은 공장 제작·모듈 조립 방식 덕분에 3~5년이면 완공이 가능합니다.
② 초기 투자 부담: 대형 원전은 수익이 나기까지 10년 넘게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해 민간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SMR은 상대적으로 적은 초기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어, 전력회사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도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③ 배치 유연성: 대형 원전처럼 한 곳에 거대한 부지가 필요하지 않아, 데이터센터 인근이나 반도체 산업단지처럼 전력이 급히 필요한 곳에 분산 배치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국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가 추가로 확보해야 할 전력량만 6GW에 달하는데, 이런 국지적 전력 수요에 SMR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 국가/기업 | 대표 SMR | 특징 | 진행 상황(2026년 기준) |
|---|---|---|---|
| 중국 | ACP100(링롱-1) | 육상 상업용 가압경수로 | 2026년 상반기 세계 최초 상업 운전 목표, 마무리 단계 |
| 러시아 | KLT-40S | 부유식 원자로 | 이미 상업 운전 중(전 세계 2기뿐인 상업 운전 SMR 중 하나) |
| 캐나다 | BWRX-300(300MWe급) | 경수로 | 2026년 5월 달링턴 부지 원자로 건물 기초 설치 완료, 2030년 말 계통 연결 목표 |
| 미국(테라파워) | 나트륨 냉각 4세대 원자로 | 액체 나트륨 냉각, 피동안전성 | 미국 최초 건설 승인, 메타와 계약, 2030년 실증 완공 목표, SK·한수원 지분 투자 |
| 미국(엑스에너지) | 4세대 SMR | 아마존이 최대 주주(지분 약 23%) | 2039년까지 총 5GW 도입 추진, DL이앤씨 표준화설계 수주 |
| 한국 | i-SMR | 170MWe급 노심 4기 결합, 680MWe 출력 | 2026년 6월 부산 기장 후보부지 확정, 2028년 설계 인가 목표 |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27개의 SMR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로 상업 운전 중인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2기뿐일 정도로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다만 미국이 데이터센터 연계용으로 계획한 SMR 설비용량만 25GW에 달할 만큼,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매우 가파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 2026년 2월 국회에서 ‘SMR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법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창원·부산·경주에 SMR 제작지원센터를 구축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원전산업성장펀드를 통한 금융 지원도 시작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진전은 2026년 6월 17일, 부산 기장군을 국내 첫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건설 후보부지로 확정한 것입니다. 기장군은 부지 적정성·환경성·건설 적합성·주민 수용성 4개 항목 평가에서 87.11점을 받아 경주(84.56점)를 앞섰는데, 국내 최대 원전 단지인 고리 원자력본부 내 부지라 지반 안전성 검증과 행정 절차가 이미 완료돼 있어 별도의 이주·매입 없이 즉시 착공이 가능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의 i-SMR은 170MWe급 원자로 노심 4개를 묶어 총 680MWe 출력을 내는 일체형 가압경수로 설계로, 2026년 2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표준설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028년 설계 인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표준설계인가, 환경·안전성 검토, 건설 허가 등 남은 절차가 많아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남았다고 보고 있고, 선도국 대비 약 5년 안팎의 시간 격차를 좁히는 것이 한국 SMR 전략의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SMR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과제를 짚습니다.
① 연료 공급망 문제: SMR 상당수가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을 연료로 쓰는데, 이 공급망이 러시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습니다.
② 규제 절차: SMR이 아무리 빨리 지어져도, 표준설계인가·환경 및 안전성 검토·건설 허가 같은 인허가 절차를 통과하는 데는 여전히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③ 대량 생산의 벽: 독일 연방핵폐기물안전국(BASE) 보고서에 따르면, SMR이 진정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평균 3,000기를 생산해야 합니다. 초기 몇 기를 짓는 단계에서는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 초기 고비용 구간을 업계에서는 **’죽음의 계곡’**이라 부릅니다. SMR 제조사들이 월 1대 생산 속도를 달성해 비용을 낮추지 못한다면, 과거 여러 에너지 실험이 그랬듯 SMR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가 이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Q1.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한가요?
일체형 구조로 배관 파단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등 설계상 안전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스탠퍼드대·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공동 연구에서는 SMR이 발생시키는 핵폐기물 총량 자체를 줄여주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어, 안전성과 폐기물 문제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2. SMR은 언제부터 실제로 가동되나요?
국가·프로젝트별로 다릅니다. 중국은 2026년 상반기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미국 테라파워는 2030년 실증 완공, 캐나다는 2030년 말 계통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3. 왜 빅테크가 직접 원전에 투자하나요?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하면서도, 2030~2040년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SMR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대신, 미래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Q4. 한국의 SMR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202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수형 SMR은 한국이 실질적으로 앞선 수준이지만 비경수형 SMR은 개발이 상대적으로 늦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경수로·비경수로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Q5. SMR 시장 규모는 정확히 얼마인가요?
업계에서는 약 1조 5,000억 달러(약 2,160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력 판매뿐 아니라 산업용 열 공급, 해수 담수화 등 확장 가능한 활용처를 포함한 추정치입니다.
Q6. SMR 관련 국내 기업에는 어디가 있나요?
두산에너빌리티, SK그룹, 한국수력원자력, DL이앤씨, HD현대그룹,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SMR 개발사에 투자하거나 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업 협력 현황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Q7. SMR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나요?
연료 공급망, 규제 절차, 대량 생산 비용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장이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의 성과가 SMR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그 대안으로 SMR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해 건설 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정부가 아닌 빅테크의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2026년 SMR 산업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한국 역시 2026년 부지 선정과 특별법 통과로 실사업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연료 공급망과 규제, 대량 생산이라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자문이 아니라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